마지막 달력 한장
고 희 숙
시간의 언덕길을
뜨겁게 올라
막바지 숨을 헐떡이며
묵묵히 서 있다.
송구영신을 출발
폭염으로 물든 추석까지 열한장의 흔적을 채웠더니
마지막 한장의 달력을
허락해준다.
산다는 것
잘 살아왔다는 것은
그냥 그대로의
지금 내 모습을 끌어안으며
견뎌온 순간을 포옹하고 오늘을 마주함이다.
순간으로 느껴지는
인생의 파노라마가
내일도 오늘처럼 상영되겠지만
깊어지는 굴곡만큼 더 많은 의미를 담아
또 한페이지를 써내려 가야겠다.
내일은
느낌표일까
물음표일까
기다림은 나를 설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