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좋다
고 희 숙
그 전엔 몰랐다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그 전엔 안 보였다
봄볕에 흙덩이 밀쳐들고
올라오는 풀 한포기에 담긴 위대함도...
열심히 산 하루의 모퉁이에서
해넘이의 아름다움에 왜 눈물이 나는지도...
그냥 그런 줄만 알았다
중년인 듯 노년인 듯 60고개를 넘어
늦은 듯도 싶고 이른 듯도 싶은 나이...
부모님도 떠나고
아들, 딸 녀석도 제 살길 찾아가니
삶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인 줄...
조금은 보인다.
진한 생명력의 이름 모를 잡초에서...
힘겹게 주운 파지를
리어카에 실고 가는 할머니에게서
지금 어디쯤 와있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제의 사소함이 새롭게 다가오고
지나감이 소중함으로 다시 보여 지는 지금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삶이 오롯이 익어가는 지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