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고희숙우리 도초의 동심을 떠나차가운 도시로 너무 멀리 떠나왔구나. 하지만 우리에겐나이테를 채워가는 주름이 깊어갈수록지나온 시간이 길어질수록떠나온 길이 멀어질수록또렷하게 다가오는 따듯한 풍경이 있다.흔들리는 삶의 균형추를 야무지게 붙잡아 마음의 버팀목 된 어머니 숨결이 서려있는 곳생각만으로 설렘에 잠 못이루는 내 고향 도초어떤 이는 화려한 중심에 어떤 이는 변변치 못한 바깥에 닿아 있지만 이제 치열한 날개를 접고 바람을 잠재워야 할 시간서로가 서로의 버팀목 되어온갖 시린 사연 깊이 박힌 등 기대고 차가웠던 걸음에 따순 숨길을 불어넣어푸른 젊음을 황금빛으로 채워가는 은행잎처럼추억을 만지며 함께 가는 동행 길을아름답게 물들여가자구나.
계절 속으로 고희숙가슴을 펴고열정의 세상 안에서훌러덩미련 없이 벗어 본다.여름밤 추억 속으로여물어 가는 바람차곡차곡 쌓여진 추억의 페이지뒤적거리니가을이 끌어당긴다.낭만 속으로앙상한 가지 사이사이로손 내미는 빛살에반짝이는 옷으로 갈아입고순백의 겨울로 빠져든다.꿈속으로귓가를 간질이는 속삭임봉긋봉긋 솟아올라아지랑이와 춘정을 태우니내일의 봄이 열리고순백의 들숨과 날숨으로 씻은맑은 영혼이 기지개를 켠다.
고요한 호숫가에 바람이 노닐다솜털처럼 가벼운 평온으로 스며온다삶의 행복이란 자연이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것누구나 가슴속에 마음의 성을 짓고 살지만밀려오는 파도 속에 짓고 또 짓는 모래성처럼 우리네 삶은 매일 다시 쓰는일기와 같음이어라하늘이 허락한 삶의 길 안에서먼 훗날 지나온 길 되돌아볼 때평온하게 미소 짓는 삶이기를그렇게 살아내는 나 이 기를
멀리 떨어져 있어도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압니다.한발자국도 다가갈 수 없지만당신에 향기를 느낍니다. 바람 부는 날이면 당신에게 편지를 띄웁니다.바람에 실려 간 편지는 티끌이 되어 사라져 버리기도 하지만우리사랑 변함없음을 믿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압니다.당신을 안을 수는 없지만당신의 사랑을 느낍니다.
오늘도 내 마음은 고희숙봄비의 사랑에 젖은 꽃잎행복의 웃음으로 자연을 열고방울방울 새싹을 씻어주는 손길에부끄러움은 내 마음을 그리움으로 채우고 있다.매화꽃 여린 가슴에도산수유 화사한 얼굴에도개나리 되바라진 몸짓에도풍경은 짐짓 눈을 감고세월의 깊은 속을 보여준다.무심한 듯 내리는 빗줄기 따라흘러가는 세월의 그림자봄날의 거울은 떠나갔어도꿈보다 황홀한 꽃길 속에내 마음 오늘도 서성이고 있다.
그날이 오면 고희숙 봄이 오면 잎보다 먼저 피는 꽃처럼아침보다 하루를앞서 열어주는 그대와 사랑을 할래요.조금은 빈 마음에 햇살의 고운 빛이 내리고살랑거리는 바람 목을 감싸 안을 때봄은 그대를 품에 내려놓고 갑니다.풀꽃이 방긋방긋 미소 짓는 날이면열기에 젖는 꽃으로 피어 그대 향기로 몸을 적시고봄볕에 숨겨놓은 미소 속에서당신과 입맞춤으로 내일을 열래요.
발자국 고희숙천둥 치듯 태어나서붙잡고 싶은 꿈 따라 사연 만들어 가지만마지막에 찍혀지는 발자국은어디일지 알 수 없습니다.날마다 돌고 도는 하루가시작이요 끝이라면방황하는 구름 한조각에부질없는 마음 살며시 걸쳐 놓고지나간 흔적 따라온 먼지마저 털어내어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내일을 바라봅니다.뒤에 발자국 밟고 오는 사람엇갈린 길 위에서 서성이지 않게한 걸음한걸음 바른 길을 내고때가 되면 오가는 계절처럼 살으렵니다.
저 자리강성철빛나는 저 자리누가 앉고 싶지 않겠나.쉬지 않고 일 하는 황소도가시를 숨긴 장미의 아부도다 저 자리에 앉고 싶어서가 아니겠는가.어두운 밤누군들 빛나는 별이 되고 싶지 않겠나.폭포가 찢어지도록 기어오르는 연어도 달빛을 태워 어둠을 밝혀 보겠다는 여우도다 저 자리에 앉고 싶어서가 아니겠는가.저 자리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면얼마나 아름답겠나? 오늘도 저 자리 땜에 웃고 우는 세상.[저자 약력]․ 경기문협 소설 부문 신인상 수상『우리들의 대장 임권택』․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광명시지부 회원․ 목란문학회 회원공저)『광명문학지』, 『틈새』, 동인지 다수
깃털처럼...고희숙삶은 가끔 의지와 무관하게 흐른다.오늘의 기쁨이 내일의 기쁨으로 이어지지도오늘의 슬픔이 내일의 슬픔으로이어지지도 않는다.철이 바뀌듯 감정도 매번 옷을 갈아입는다.오래 웃을 일도 오래 울 일도 아니다.무거우면 매몰되는 것쌓였다 녹는 눈처럼인생은 지워져 가는 것일 뿐많이 내려놓고 많이 털어버리며바람에 날리는 깃털의 마음으로 가자
기도 고희숙누구에게나 같은 분량으로 주어진 하루분주했던 발걸음도한가롭던 발걸음도하루의 숙제를 내려놓는 밤이면 내일의 새로운 꿈을 그리네.오늘보다 나은 걸음을 꿈꾸네.누군가의 헤진 가슴을 따듯하게 덥혀주는밤이 되기를 기도하네. 초롱한 별빛이 우울에 빠진눈동자에 샛별로 빛 발하여내일의 새로운 날개로 돗아나길 기도하네.
가을의 女子 때 맞춰 내리는 비..급시우가을의 여자는길을 나선다.곱게 화장을 하고 티없이 맑은 파아란 하늘연인삼아가을의 여행을 떠난다.곳 곳을 형용색색으로 물들이고쓸쓸하게 불어오는 바람의시샘을 받으며낙엽을 떨군다.가을의 아름다움이여~~여자의 아름다움이여~~가을비 맞으며겨울의 남자를 기다리자.우산도 없이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맞고고운 화장지울 수 없어지금 이대로 비에 젖은 채로곱게 곱게 물들어 간다.말없이 세상의 고독한 남자들을 품에 안고가을의 여자는 삭풍이 부는 겨울의 남자를 기다리며여행을 떠난다.난 가을의 여자니까부는 바람에 낙엽이 떨어져도흔들리지 않을꺼야...티없이 맑은 가슴 시린파아란 하늘이 좋은 걸 어떻해?.....
참 나를 찾아가는 향기로운 아침산책입니다.가을에게 쓰는 편지 때 맞춰 내리는 비..급시우무엇때문에 기쁨을 주고무엇때문에 슬픔을 주는지네게 편지를 쓰고 싶었다.왜?들녘의 풍요를 주고왜?쓸쓸한 가을바람이 부는지네게 편지를 쓰며 묻고 싶었다.소슬한 바람에 하나 둘 낙엽이 휘날리고가슴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이저토록 높고 맑은지네게 편지를 쓰며 그 이유를 듣고 싶었다.가을아!꽃이 되어 내게 오렴...희망의 꽃이 되어바람의 꽃이 되어좌절하지 않게절망하지 않게나에게 와 다오...가을아!정말 너는 사람 사는 모습을 닮았구나.풍요와 빈곤이 넘실대는 사람들의 삶을 닮았구나.새벽의 여명처럼 내게 오렴...향기로운 아침여행을 떠나게...좋은 아침, 기쁜 아침, 향기로운 아침
지나보니 마음의 재산 고 희 숙 무엇을 담고 살았을까 까맣게 때가 낀 채 기억의 방에 차곡차곡 쌓여진 조각들 흑인지 백인지 마저도 희미한 빛바랜 시간들을 하나씩 꺼내 본다. 재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소각해 버려야 하는지 봉투마다 이름을 달고 분리해 간다. 시작할 땐 말끔히 치우리라했는데 왠지 마음뿐이다. 이것도 저것도 차마 버릴 수가 없다 지나보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슬픈 것도 기쁜 것도 마음의 재산 빛은 바랬지만 삶을 고스란히 채워준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이었다.
아궁이의 소중한 추억 고 희 숙 흙내음과 나무향이 부등켜 안고 고향의 냄새로 부르는 그리운 옛집의 소중한 추억 부뚜막에 놓인 그을린 솥단지 정겨움이 묻어나는 정지간 구수한 밥 뜸 내음 노릇노릇 누룽지 맛이 그립다 아궁이에 장작불 지펴 밥 짓고 부지깽이로 남은 숯불 모아 입가에 검댕 묻혀가며 먹던 군고구마와 국자 속 달고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지난 맛이지만 아궁이 속 불씨처럼 꺼지지 않는 잔불로 남아 나의 삶을 조금씩 따뜻하게 익혀가고 있다.
지금이 좋다 고 희 숙 그 전엔 몰랐다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그 전엔 안 보였다 봄볕에 흙덩이 밀쳐들고 올라오는 풀 한포기에 담긴 위대함도... 열심히 산 하루의 모퉁이에서 해넘이의 아름다움에 왜 눈물이 나는지도... 그냥 그런 줄만 알았다 중년인 듯 노년인 듯 60고개를 넘어 늦은 듯도 싶고 이른 듯도 싶은 나이... 부모님도 떠나고 아들, 딸 녀석도 제 살길 찾아가니 삶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인 줄... 조금은 보인다. 진한 생명력의 이름 모를 잡초에서... 힘겹게 주운 파지를 리어카에 실고 가는 할머니에게서 지금 어디쯤 와있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제의 사소함이 새롭게 다가오고 지나감이 소중함으로 다시 보여 지는 지금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삶이 오롯이 익어가는 지금이 좋다.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 고 희 숙 새벽부터 내린 비 대지를 적시고 세상의 더러움을 깨끗함으로 씻어내니 씻긴 내 마음에 그리움을 더 합니다 비가 내린 아침 어제의 발자국은 지워졌지만 마음에 각인된 그리움은 그 어떤 빗물에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유난히 빗소리가 좋음은 세상을 그 만큼 포용해 나가는 것이고 당신으로 인해 삶의 의미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빗길 위에 나만의 발자국을 그려 봅니다
추억은 정지된 인생 고희숙 흐르는 세월 속에 청춘은 멈춰지지 않고 고운 순간은 추억만 남기고 떠나 그리움이 영혼을 헤집어 울릴 때 잔주름 갈피에 서러움만 쌓여간다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똑같은 하루를 나눠먹는 시간인데 나의 시간은 어이 이리도 빨리 가나 정지된 영상으로 살아난 어제처럼 오늘도 또 다른 영상으로 재생되어 추억의 창고에 쌓이겠지.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날 한 장 한 장 꺼내어 웃음지어야 겠다.
이름이란 고 희 숙 누군가의 얼굴입니다. 누군가의 여정이 차곡차곡 쌓인 인생입니다. 이름만 생각해도 그 사람이 저절로 떠올려 지는 것은 이름 속에 사소한 기억까지도 저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열살의 꼬마도 백세의 어르신도 이름만 들으면 살아온 만큼의 시간이 스르르 풀려나옵니다. 그 속에 당신의 모든 것이 담겨있으니 참으로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똥을 담으면 똥통이 되고 금은보화를 담으면 보석함이 됩니다. 똥을 담는 것도 금은보화를 담는 것도 자신의 몫입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혼자만의 소중한 이름을 받았기에 한걸음 옮길 때마다 이름을 키워가야 합니다. 오늘도 노을은 아름답게 저물어가지만 내일도 모레도 누군가의 가슴에 아름답게 각인될 이름을 그려 봅니다.
창문 투명한 너를 보면 욕심의 때가 덕지덕지 붙은 것 같아 왠지 부끄럽고 한없이 작아진다. 넌 돌팔매에 부서지고 깨어져도 침묵을 지키는데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도 힘겨루기 하듯 촉각을 세운다. 길 잃은 폭풍도 따뜻이 안아 넉넉한 햇살의 품으로 돌려보내는데 하나도 둘도 바깥바람으로 돌리며 가슴에 스스로 상처를 준다. 길이 보이지 않는 밤이면 반짝이는 별 그림자로 다리를 놓아 엄마 품속으로 이끄는 넌 낮에도 밤에도 나를 이끄는 등불이다.
겨울나무 고희숙 흰눈은 봄이 아직 멀리 있다 말하지만 나무가 겨울을 참아내는 것은 저만큼 봄이 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겨울나무처럼 기다림을 아는 사람은 지난 시간도 지난 세월도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또 한번의 시작을 기다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