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할머니의 하루
출근길에 길가에 앉아서 풀을 뽑고
지저분한 길가의 울타리를 정리하시는 할머니를 뵈었다.
가끔씩 뵙는 분이라 호기심에 할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쉽사리 대화를 열까 하고 걱정했는데 의외로 쉽게 말을 받아주신다.
오래전 아드님을 불의의 사고로 여의고 세 살, 한 살의 손녀, 손자를 혼자서 장성할 때까지
키워 오셨다는 할머니!
국가 유공자이시라는 할머니께 여느 어르신들처럼 경로당에 가서 소일하시는 게
편하실 텐데 왜 힘들게 이런 일을 하시느냐고 여쭤보니
집에 혼자계시면 심심하고 경로당에 가면 남의 흉이나 보게 되니까
이렇게 소일하면서 마을도 깨끗하게 만들고 나라에서 받은 혜택을 조금이라도 갚는다는
마음으로 하신단다.
혼자서 손주들을 키워 오시면서 고생을 많이 하셨을 텐데도 곱게 늙으신 이유를 알 것 같았고 고운 겉모습만큼 마음도 곧으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지금처럼 밝고 올곧은 모습으로 사시길 기원하며
음료수 한병을 전해 드리고 돌아서는 발걸음에 따듯한 온기가 돋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