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 우리는 19박 20일 14,400km의 대장정에 나섰습니다.
한반도 평화통일과 유라시아 대륙 평화번영의 꿈을 심은 노정이었습니다.
우리가 거쳐 간 길은 고난의 길이기도 합니다.
1930년대, 극동지방에 살던 17만 명이 넘는 고려인이
강제 이주하며 견딜 수 없는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던 아픔의 길입니다.
우리는 이 아픔의 길 위에 평화, 공존, 번영이라는
찬란한 새 역사를 써나가야 합니다.
우리에겐 천 년 전 삼국시대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과 교역해왔던 대륙의 역사가 있습니다.
유라시아는 한민족에게 21세기 신 실크로드와
대륙의 역사를 재건하기 위한 약속의 땅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겐 한 가지 깊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것은 대장정의 시작과 끝에서
북녘 땅을 거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일한국을 이루고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로 잇는 꿈,
섬 국가에서 대륙국가로, 동북아 경제권 중심국가로의 도약이라는
유라시아를 향한 한국의 원대한 구상은
분단으로 인한 남-북 관계의 경색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시작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다양하고 치밀한 외교 전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 역시 유라시아를 약속의 땅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극동 개발을 통한‘신동방 정책’
시진핑 주석은 시안(西安)에 독일까지, 취안저우(泉州)에서 지중해까지
당과 명나라의 실크로드를 재현하는‘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양국의 공통점은 북한을 협력의 장으로
인도할 수 있는 국가라는 것입니다.
남-북-러, 남-중-러 3각 협력을 이루기 위한 외교전략이 필요합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남-북간 협력을 이끌어내 통일의 초석을 닦아야 합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분기점을 알리는 예카테린부르크의
유라시아 경계비에서‘서울이정표’제막식을 가지며
우리는 통일과 유라시아 시대의 도래를 소망했습니다.
그 소망에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과 환태평양 경제권을 잇는
가교를 넘어 중심, 주인공이 되는 꿈을 더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