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에게 감봉6월과 성희롱 예방교육 10시간 이수의 처분을 내렸지만, 막상 가해자가 이수한 교육은 ‘성희롱 예방교육’이 아닌 엉뚱한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양성 과정’인 것으로 밝혀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가해자의 징계내용 이행 확인 및 유사 사례 재발 방지 의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갑)이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하 KTL)으로부터 제출받은 내부 감사결과보고서와 관련 자료에 따르면, KTL은 직장 내 성희롱 고충신고에 따라 올해 6월 1일부터 6월 12일까지 특정감사를 실시하였고,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진술서 및 문답서 등을 토대로 감사결과와 징계종류를 확정하였다.
◎ 피해자 진술서에 따르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넥타이를 매달라”, “네가 내 오피스 와이프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손을 잡고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 수차례 해 왔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피해자는 지루성 두피염과 지루성 피부염이 심해졌고, 결국 2달도 채 근무하지도 못하고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과정에서 가해자는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식으로 변명했으며, 넥타이를 매달라고 한 건에 대해서만 “본인의 잘못을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피해자는 스트레스로 인해 지병이 악화되고 결국 퇴사까지 했지만, 가해자는 여전히 사안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으로 보여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부족한 인식을 보여줬다.
◎ 한편, 백재현 의원은 KTL 제출자료를 검토한 결과 KTL이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눈가리고 아웅식의 안이한 태도를 보인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는 감봉6월과 성희롱 예방 교육 10시간 이상 이수 두 가지로 결정되었는데, 징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원실의 확인과정에서 가해자가 실제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10시간 이상 이수했는지, 어떠한 교육을 이수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KTL이 제출한 자료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포함한 4대 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했고, 가해자 김 모씨는 추가적으로 외부 교육기관인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총 4회 12시간에 걸쳐 성희롱예방강사양성교육을 이수’했다는 황당한 답변이었다.
자료: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제출
◎ 이에 백재현 의원실에서 교육이 실시된 해당 여성인력개발센터에 전화를 걸어 첫째, 해당 과정을 성희롱 가해자의 재발 방지 교육의 일환으로 듣기도 하는지, 둘째, 해당 과정이 성희롱 예방 조치로 적절한지에 대해 문의한 결과, 센터 담당자의 대답은 “이 과정은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지 재발 방지교육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총 12시간의 교육과정 중 인권과 성희롱에 대한 교육 6시간은 몰라도 나머지 6시간은 강사로서의 교수법 관련이므로 예방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런 사람(성희롱 가해자)인줄 알았더라면 등록을 거부했을 것이다”라고까지 답변을 했다.
◎ 교육을 실시한 센터에 확인한 후 다시 KTL에 전화해 이러한 교육 과정인줄 몰랐는지 그리고 징계 관련하여 그 내용을 점검하는 절차는 없냐고 물으니,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내용에 대해 점검하는 규정은 없다’면서 ‘징계의결에 따른 교육완료 보고’ 관련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
자료: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제출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2015년 9월 22일 이뤄진 내부결재 자료에서 KTL은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에 대한 실시결과가 ‘성희롱 예방 강사양성교육’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했다.
이는 KTL이 징계처분대상자에 대해 그 실시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또는 교육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시행만 하면 됐다 식으로 안이하게 처리한 것으로 보여, 성희롱 가해자의 징계내용 이행 확인 및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등 사내 윤리 정립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를 낳게 했다.
◎ 백재현 의원은 이에 대해 “성희롱 가해자가 받아야 할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지 않고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양성과정’을 이수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지만, 내부 보고 절차에서 이미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교육완료 처리했다는 점은 KTL 기관 전체의 윤리관이 의심스러울 정도이다”고 지적하고, “피해자가 신고를 하니 조사는 하고 징계처분은 우선 내렸지만, 실제로 어떻게 이행됐는지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은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백 의원은 “해당 과정 내에 성희롱 예방을 위한 부분이 있었다고 쳐도 이는 6시간에 불과하여, 인사위원회의 당초 처분인 ‘10시간 이상 이수’를 미이행한 것으로, 한국산업시험기술원장은 본 사건 가해자가 징계처분 내용을 충분히 이수하도록 다시 조치 및 점검하고, 향후 징계처분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를 만들기 바라며, 다시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방안을 만들어 이행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직장 내에서는 가해자와의 업무적 관계, 직장과 사회분위기 등으로 인해 유사한 피해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모범이 되어야 할 공공기관은 더욱 철저한 윤리관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