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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의 야경(3)

곱게 물들어 가는 가을빛도 조금씩 차가운 바람에 자리를 내주는 밤

육교의 밤은 계절과 관계없이 아름답게 빛나고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던 기구도 여유로운 가을밤을 즐기고

아무도 찾지 않지만 아름다운 전원주택처럼 단장한 화장실의 불빛도 포근하게 빛나고

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제 모습에 취해있는 벛나무도

계절을 잊은 맨드라미는 아직도 아름답게 피어 있고

주인없는 빈자리에는 또 다른 희망의 주인이 찾아오겠지요.


가을나무


긴 잠 털고

치열하게 피워 올린 여린 시간이

푸르름의 끝자락에서

거추장스런 옷을 벗는다.


짓눌린 생장점 열고 일어나

다슨 손길로 감싸 안고

희망의 몸짓 퍼득여

새 생명 키워내더니


서산마루 산그늘 내려앉으니

분주하던 붉은 입술

덕지덕지 슬픔 매달려

떠나보내야 할 무기력만 휘날린다.


길러내고 보냄의 아쉬움

언뜻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결에 실려 보내고

젖은 마음 너울너울 벗어던지니

못 다한 그리움에 입 맞추어

달콤한 새벽이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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