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고희숙
세월이란 거울 앞에서
얼마나 많은 옷을 갈아입었을까
힘겨운 하루의 잔재로
구겨진 옷을
어떤 날은 흥건히 배인 통증으로
적셔진 옷을 입은 채
녹이 슨 하루를 맞이하기도
호롱불 밑에서
희고 검은 실밥 징검다리 놓아
엄마가 만들어주신 옷 입고
깔깔거리던 그 시절 기억은
심지 속으로 사그라져 버리고
어떤 하루의 옷을 입어도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 마음은
세월의 힘 앞에서 헤매나 보다
창가에 무더운 하루가 서성인다.
습관처럼 모자와 양산을 준비 해야겠다.